포이리에 vs 맥그리거3 감상평(Feat. 맥그리거 패배 분석)
모두의 기대와 관심속에 치뤄졌던 포이리에와 맥그리거, 둘 사이의 트릴로지가 끝이 났다.
짧지만 경기 후에도 많은 화제거리를 남기고 있는 대결, 맥그리거가 패배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개인적인 고찰 몇자 끄적여본다.
이번 3차전에서 한가지 달라진 점은 맥그리거가 2차전과는 다르게 가라데 스탠스를 들고 나온 점이었다.
이 가라데 스탠스는 2차전이 끝난 후, 한동안 굉장히 뜨겁게 달아올라 한동안 식지 않을 정도로 뜨거운 감자였고,
당시 필자는 이 가라데 스탠스에 대해 개인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편이었다.
('제가 바라보는 맥그리거 복싱뽕/스탠스 논란' _ https://cafe.daum.net/ssaumjil/LKnS/294869)
- 글 내용 까먹고 있다가 다시 읽어보니 새로운 기분이 든다.
이번 3차전 경기 예상글에서 이야기했지만, 포이리에 상대로 맥그리거의 가라데 스탠스는 불리하기 때문에
가라데 스탠스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경기 시작 직후 맥그리거가 특유의 가라데 스탠스로 포문을 열었을때, 정말 기뻤다.
과연 내가 생각하는 그림과 어떻게, 얼마나 다른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스탠스는 결과론적으로 포이리에를 상대로 좋은 그림을 만들지 못하였다.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혹자..꽤 많은 사람들, 스포티비 중계진도 모두 입을 모아 2차전의 패배 요인을 카프킥으로 국한시켜 이야기하곤 했다.
포이리에의 카프킥을 해결하는 것이 맥그리거가 승리의 열쇠라는 분위기가 강했다.
이 카프킥을 해결하기 위해 예전 맥그리거가 애용하던 가라데 스탠스를 가지고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이 부분부터 어긋났다고 생각한다.
"카프킥은 절대 문제의 근원이 아니다."
첫번째 단추를 잘못 여미고, 그 다음 단추를 열심히 맞춰봤자 결국은 패션 테러리스트로 남는다.
도대체 왜 이렇게 필자가 6개월 동안 주구장창 '가라데 스탠스는 좋지 않다' 라고 이야기 했는지...
그리고, '3차전 맥그리거가 왜 졌는지' 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본다.
1. 맥그리거와 포이리에 MMA복싱
3차전 경기 예상글에도 적었지만, 맥그리거가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은 포이리에의 복싱이었다.
2차전에서 맥그리거가 카프킥을 얻어 맞은 이유는 포이리에 에게 복싱 주도권을 완전히 내줬기 때문이다.
포이리에의 정신 없는 앞손에 온 신경을 집중하다보니, 킥 체크를 할 여유가 없다.
만약 2차전 맥그리거가 이때 복싱에 정신이 팔려서, 혹은 카프킥 대비를 게을리 해서 킥을 허용했다면,
카프킥 대비를 열심히 한 3차전에서는 어떻게 대응했는지 살펴보자.
카프킥에 신경을 썼더니, 이번에는 위가 열렸다.
결국, 카프킥도 맞고 안면도 내줬다. 왜일까?
가라데 스탠스는 절대 레그킥을 효율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자세가 아니다. 오히려 더 취약하다.
다리를 넓게 벌리고 상대방의 정면이 아닌 비스듬히 서기 때문에 킥 체크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때문에, 가라데 스탠스를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인&아웃 스텝으로 들락날락하여 레그킥을 회피 해야한다.
그럼 맥그리거는 포이리에를 상대로 인&아웃이 가능한가?
2. 맥그리거의 스텝 / 포이리에의 쉬프팅
맥그리거의 스텝은 좋은 편이지만, 아쉽게도 케이지를 넓게 쓰는 스타일은 아니다.
가라데 스탠스의 가장 대표적인 원더보이와 비교해보자.
뒤로 빠지면서도, 상대방의 사각으로 돌아나와 케이지를 넓게 활용하는 스텝을 볼 수 있다.
가라데 스탠스를 사용할때 전후좌우 고루 스텝을 밟아야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상대방을 전면으로 보지 않고, 비스듬히 서기 때문에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커버링을 전혀 하지 않기 때문에 안면을 방어해주는 요소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가드X, 헤드무빙X)
따라서, 스텝으로 공격을 회피해내지 못하면 가만히 서있는 펀칭 머신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맥그리거는 스텝을 살펴보자.
맥그리거는 톰슨과 달리 케이지를 넓게 활용하는 편이 아니다.
주로 전진과 후진만으로 상대방을 압박하는 편인데, 그 이유는 맥그리거 본인의 파워와 정확성에 자신이 있어서다.
킥을 활용하여 상대방을 케이지 구석으로 밀어넣고, 튀어나오는 상대방을 머리를 꿔뚫는 헌팅 스타일인데,
만약 상대방이 맥그리거의 펀치거리를 뚫고 들어온다면 백스텝 만으로 위기를 넘겨야 한다.
그렇다면 맥그리거는 포이리에를 상대로 들락날락 중 '날락'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을까?
선수들은 개개인마다 각자 잘하는 분야가 있고, 또 그중에서도 상대방을 격침시키는 필살의 기술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포이리에의 필살기는 바로 '전진 쉬프팅' 능력이다.
도망치는 상대방을 추격하면서 오른발 왼발 체중을 실어 때리는 이 쉬프팅 능력이 굉장히 놀라운 수준이다.
포이리에가 알바레즈를 추격하면서 안면에 양손으로 꽂아넣는 적중률을 보면 무시무시하다.
이런 포이리에의 쉬프팅을 피하기 위해서는 아래의 하빕 처럼 머리를 끊임 없이 움직여 타격 포인트에서 벗어나야한다.
이런 포이리에 쉬프팅을 상대로 가라데 스탠스의, 머리 움직임이 없는, 사이드 스텝이 없는, 맥그리거가 백스텝 만으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래를 보자.
3. 맥그리거의 레그킥? / 포이리에의 킥 체크
맥그리거는 이번 3차전에서 가라데 스탠스와 함께 킥을 들고 나왔다.
가라데 스탠스에서 킥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킥을 통해서 상대방과 자신의 거리를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강력한 킥은 상대방의 자세를 일시적으로 무너뜨려
자신이 상대방의 공격 거리로 부터 벗어나는데 유리하게 만들어준다.
그런데 3차전에서 맥그리거는 포이리에를 상대로 레그킥을 유독 활용하였다.
아마 2차전에서의 아픔을 되돌려 주려는 의도 뿐만 아니라,
혹시 모를 후반 라운드를 고려해 포이리에의 종아리에 적금을 들어넣고자 했던 듯 싶다.
하지만, 이는 생선가게에서 쥐를 쫓고자 고양이를 들여 놓는 선택이라고 말하고 싶다.
포이리에는 이전 라이트급 대표 다리 절단기인 게이치와의 일전에서 승리했다.
이날 포이리에는 게이치에게 총 50대가 넘는 레그킥을 맞았다.
게이치가 레그킥을 한번 찰때마다 포이리에는 킥 체크 후 달려나가 주먹을 퍼부어댔다.
경기를 보면 게이치가 1라운드가 끝난 시점에 얼굴이 엉망이 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포이리에의 킥 체크와 이어지는 쉬프팅이 합쳐져 굉장히 강력한 효과를 보았다.
레그킥에 대한 높은 경험치를 가지고 있는 포이리에를 상대로 레그킥 싸움을 거는 것은 무모한 판단이었다
라고 말하고 싶다.
맥그리거의 킥은 게이치 만큼 빠르고 강력하지 않기 때문에 포이리에가 레그킥을 커트해내기 쉬운 편이고,
결국 커트한 부분에 무리가 왔는지 맥그리거의 다리가 부러지는 결과를 낳았다.
인터뷰에서 포이리에는 맥그리거의 킥을 체크했을때, 맥그리거의 다리에 무언가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게이치의 레그킥을 수없이 체크해 본 포이리에가 직접 느낀 것이기 때문에 맥그리거의 다리는 혼자 접지른 것이 아니라
포이리에의 킥체크에 의해 부서진 것이 맞을 것이다.
끝으로
필자가 맥그리거와 포이리에의 경기에 대해서, 그리고 가라데 스탠스에 대해서 주저리 주저리 적어보았지만,
이것은 개인적인 생각일 뿐 정답이 아닐 수 있다.
맥그리거의 말처럼 다리가 부러지지 않고, 2라운드로 이어졌다면 이후에 포이리에가 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가라데 스탠스를 가지고 나온 맥그리거의 결과는 아래와 같다.
맥그리거 | 2차전(복싱스탠스) | 3차전(가라데 스탠스) |
라운드 수 | 2 ROUND TKO | 1 ROUND TKO |
안면 정타 | O | X |
테이크 다운 디펜스 | O | X |
다리 상태 | 다리 부상 | 다리 부러짐 |
한눈에 봐도 2차전의 복싱뽕에 비해 모든 면에서 좋아보이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이번 3차전에서 맥그리거의 가라데 스탠스+레그킥 조합은 최악의 자충수라고 본다.
적어도 포이리에를 상대로는 이런 식으로 준비하면 안됐다.
맥그리거는 2차전 포이리에를 기준으로 경기를 준비하였고,
포이리에는 3차전에 나올 맥그리거를 기준으로 경기를 준비하였다.
과거에 매달리는 자는 절대 미래를 대비하는 자를 이길 수 없다.